엔비디아가 경쟁자를 품에 안았다. 정확히 말하면, 자사 GPU를 대체할 수 있는 커스텀 칩을 만드는 회사에 3조 원을 쏟아부은 것이다. 3월 31일 엔비디아는 마벨 테크놀로지(MRVL)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고, NVLink Fusion이라는 새 아키텍처로 AI 팩토리 생태계를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마벨 주가는 하루 만에 12.8% 급등했다.
GPU 독점으로 AI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던 엔비디아가 왜 굳이 경쟁자에게 돈을 주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향후 AI 인프라 투자 방향을 결정한다고 본다.
📌 핵심 요약
- 엔비디아, 마벨에 $20억(약 3조 원) 전략적 투자 — NVLink Fusion 파트너십 체결 (3/31)
- NVLink Fusion: 엔비디아 GPU가 아닌 타사 커스텀 칩(ASIC)도 NVLink 고속 인터커넥트에 연결 가능
- 마벨 주가 +12.8% 급등($99.05),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목표가 $115~$135
- 커스텀 ASIC 시장 연 44.6% 성장 전망(TrendForce) — GPU 성장률 16.1%의 3배
뭉칫돈 $20억이 움직인 배경
3월 31일 엔비디아와 마벨 테크놀로지는 동시 보도자료를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엔비디아 공식 보도자료) 첫째, 엔비디아가 마벨에 20억 달러를 직접 투자한다. 둘째, 마벨의 커스텀 XPU(맞춤형 가속기)를 엔비디아의 NVLink 생태계에 연결하는 NVLink Fusion 플랫폼을 공동 구축한다.
여기에 실리콘 포토닉스(광반도체) 기술 협력과 AI-RAN(무선 접속 네트워크) 생태계 확장도 포함됐다. 단순히 주식을 사는 투자가 아니라, 하드웨어 아키텍처 수준의 기술 통합이다.
BlueField DPU · NVLink
Spectrum-X 스위치
NVLink Fusion 호환
스케일업 네트워킹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마벨 주가는 발표 당일 12.84% 급등해 $99.05에 마감했고, 거래량은 5,090만 주로 3개월 평균(1,730만 주)의 거의 3배에 달했다. 엔비디아도 소폭 상승 마감했다.
NVLink Fusion이 바꾸는 AI 반도체 판도
NVLink Fusion을 이해하려면 먼저 현재 AI 데이터센터의 병목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AI 훈련·추론을 하려면 엔비디아 GPU만으로 랙을 채워야 했다. 구글이 자체 TPU를 쓰든, 아마존이 트레이니엄을 쓰든, 그건 별도의 시스템이었다. 엔비디아 NVLink 인터커넥트의 초고속 대역폭을 쓰면서 동시에 자체 칩을 쓸 수는 없었다.
NVLink Fusion이 이 벽을 허문다. 마벨이 설계한 커스텀 ASIC이 엔비디아의 NVLink 패브릭 위에서 엔비디아 GPU, CPU, 네트워킹 하드웨어와 직접 통신할 수 있게 된다. 솔직히 이건 엔비디아로서는 양날의 검이다. 자기 GPU가 아닌 칩을 허용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핵심은 이거다 — 모든 NVLink Fusion 플랫폼에는 최소 1개의 엔비디아 부품이 들어간다. 마벨 ASIC을 쓰더라도 엔비디아의 Vera CPU, ConnectX NIC, Spectrum-X 스위치가 함께 탑재된다. 칩을 팔지 않아도 인프라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 구분 | GPU 전용 랙 | NVLink Fusion |
|---|---|---|
| 가속기 | 엔비디아 GPU만 | GPU + 커스텀 ASIC 혼합 |
| 인터커넥트 | NVLink(독점) | NVLink(개방형) |
| 엔비디아 매출 | GPU + 네트워킹 | 네트워킹 + CPU + NIC |
| 고객 유연성 | 낮음 | 높음(워크로드별 최적화) |
왜 브로드컴이 아니라 마벨인가
커스텀 ASIC 시장에서 현재 1위는 브로드컴이다. 브로드컴은 구글 TPU, 메타의 MTIA, 앤트로픽의 AI 칩까지 설계하며 시장 점유율 50~70%를 차지하고 있다. 시가총액도 약 1조 달러로 마벨(768억 달러)의 13배가 넘는다. 그런데 엔비디아는 브로드컴 대신 마벨을 선택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브로드컴은 이미 엔비디아의 직접 경쟁자다. 브로드컴, AMD, 인텔은 엔비디아의 NVLink에 대항하는 개방형 표준 UALink(Ultra Accelerator Link) 진영에 합류해 있다. 엔비디아가 브로드컴과 손잡으면 UALink 진영에 NVLink의 기술을 넘겨주는 꼴이 된다.
| 항목 | 마벨(MRVL) | 브로드컴(AVGO) |
|---|---|---|
| 시가총액 | ~$768억 | ~$1조 |
| FY2026 매출 | $81.9억(+42% YoY) | ~$560억(+19%) |
| 커스텀 ASIC 주요 고객 | 아마존·MS(확대 중) | 구글·메타·앤트로픽 |
| NVLink 참여 | NVLink Fusion 파트너 | UALink 진영(경쟁) |
마벨은 브로드컴보다 규모는 작지만, 네트워킹·스토리지·광통신에 강점이 있는 팹리스다. 특히 데이터센터 매출이 FY2026에 전체의 70%를 넘기며 빠르게 AI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경영진은 FY2027 매출 가이던스를 110억 달러(+34%)로 제시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브로드컴과의 전면전에서 아군을 확보한 셈이다.
TrendForce에 따르면 2026년 클라우드 기업의 자체 설계 ASIC가 연 44.6% 성장할 전망이다. GPU 성장률(16.1%)의 거의 3배다. 엔비디아가 ASIC 시장을 무시할 수 없게 된 이유다.
한국 반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
이 딜이 한국 투자자에게 의미 있는 이유는 NVLink Fusion이 확산되면 AI 데이터센터 전체 파이가 커지기 때문이다. GPU 전용 랙이든 GPU+ASIC 혼합 랙이든, 공통적으로 필요한 부품은 HBM 메모리다. SK하이닉스가 HBM4 시장 점유율 약 55%, 삼성전자가 35%를 차지하고 있고, 현재 HBM은 완전 품절 상태다.
NVLink Fusion으로 아마존·구글·메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가 커스텀 ASIC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각 ASIC에 탑재되는 HBM 수요도 동반 증가한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GTC 2026에서 삼성·SK하이닉스와의 AI 동맹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아시아 증시는 반대 방향이다. 3월 31일 니케이 -3.38%, 항셍 -2.5%로 이란 사태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동반 급락했다. 외국인의 한국 증시 매도도 9거래일 연속이다. AI 반도체 구조적 수요와 단기 매크로 리스크가 공존하는 국면이므로, 진입 시점은 거시 변수 안정을 확인한 뒤가 합리적이다.
광반도체(실리콘 포토닉스) 협력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번 엔비디아-마벨 파트너십에 실리콘 포토닉스가 포함된 것은 AI 데이터센터의 차세대 인터커넥트가 전기 신호에서 광 신호로 전환되는 흐름을 반영한다. 지난 3월 25일 젠슨 황이 GTC에서 광컴퓨팅을 언급하자 미국 AAOI +19%, 루멘텀 +10%, 한국 와이어블 +30% 급등한 바 있다. 이 맥락에서 광반도체 한미 동시 급등 분석에서 다룬 광통신 밸류체인이 엔비디아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억할 숫자, $20억과 44.6%
종합하면 이번 엔비디아-마벨 딜은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AI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GPU 독점 시대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GPU를 중심에 두되 커스텀 ASIC과 공존하는 이종(heterogeneous) 컴퓨팅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마벨 애널리스트 35명 중 31명이 매수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컨센서스 목표가는 $115~$117이다. JP모건은 $135까지 상향했다. 다만 현재 주가 $99 대비 목표가 상단까지 여유가 36% 남아 있어, 단기 급등 후 차익 실현 물량도 고려해야 한다.
나라면 이렇게 본다. 커스텀 ASIC 시장이 연 44.6%씩 성장하는 동안 엔비디아는 NVLink Fusion으로 그 시장의 인프라 수익을 가져가고, 마벨은 설계 능력으로 파이를 키운다. 양쪽 모두 이기는 구조다. 이 판단이 틀리려면 UALink 진영이 NVLink를 압도하는 성능을 2027년 내로 입증해야 하는데, 현재 개발 진행 상황으로는 그 확률이 낮다고 본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벨과 엔비디아 중 어디에 베팅하느냐보다, AI 데이터센터 파이 확대가 HBM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더 길게 만들어준다는 점이 핵심이다.
투자 판단 체크리스트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